금융당국 '우왕좌왕'…명확한 지침없어 은행창구선 '발동동'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부의 8ㆍ2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은행창구 등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책 발표 일주일이 지나도 명확한 운용지침을 내놓지 못하면서 정책 방향만 급하게 발표한 '빨리(8ㆍ2)대책'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9일) 공식 블로그에 올린 가계부채 관련 질의응답(Q&A) 글을 올린 지 하루도 안돼 삭제했다. 해당 글은 지난 2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내용을 카드 뉴스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었는데 대책에 대한 불만과 질문을 하는 댓글이 순식간에 100건 이상 달리면서 글을 내린 것이다.

지난 2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은행창구와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각 창구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 교육, 전산시스템 구축 등 사전준비에 만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투기지역에 포함된 한 곳에 청약에 당첨됐으나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 대출을 받으려면 2년 내 기존 주택을 팔아야한다는 조건이 생기면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A씨는 "입주는 3년 뒤인데 2년 안에 지금 집을 처분하라고 하면 1년간 어디서 살란 것이냐"며 "지침이 나오면 상황이 갑자기 바뀌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당장 현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운영지침이 명확히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일 금융당국과 은행 대출 담당자들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 모여 운용지침 관련 논의를 장시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별도의 지침이 영업점에 배포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대책이 너무 급박하게 발표되면서 직원들도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출자들을 상담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상황에 따라 안내해야하는데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나중에 다시 안내 드리겠다'는 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우왕좌왕 하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대출 규제 적용 시점이나 내용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3일 투기지역에 대해 곧바로 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강화되면서 됐지만 금융당국의 설명은 미흡했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관련해 시중은행별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은행업 감독규정 상 투기지역의 경우 대출 받는 조건으로 기존 주택을 2년 내 팔아야한다. KB국민은행은 과거 적용 사례를 토대로 투기지역뿐 아니라 투기과열지구에도 다주택자 주담대 규제를 적용했다가 금융당국의 지적에 따라 바로 다음날 시정했다.

이처럼 현장에서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사전준비가 미흡한 채 발표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를 풍자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성급하게 대책을 내놓는 것을 비판한 '빨리대책', 부동산에 '파리가 날릴 것'이라며 '파리대책' 등의 용어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분간 LTVㆍDTI 강화 등 새 감독규정을 본격 적용하는 시점까지는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역할을 해야할 듯 하다"고 말했다.